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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자료] 기타

제목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등 위헌소원 사건 보도자료(97헌바 41)
기관명 헌법재판소 작성일자 2000 . 02 . 2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하경철 재판관)는 2000년 2월 24일(목)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수취인과 발행일을 어음의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함으로 인하여 수취인과 발행일의 기재가 누락된 어음을 지급제시할 경우에는 부적법한 지급제시로 되어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이 상실되게 하는,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제75조 제5호(수취인) 및 제75조 제6호 중 ‘발행일’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사건의 배경 및 개요
청구인은 발행일란 및 수취인란이 각 백지로 된 약속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서 동 어음을 배서인에게 지급제시하였으나 거절당하자 배서인을 상대로 법원에 약속어음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배서인은 동 어음이 필요적 기재사항인 발행일란과 수취인란이 백지인 채 지급제시되어 무효이므로 위 약속어음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하였다. 이에 이 사건 청구인은 약속어음의 효력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제75조 제5호(수취인) 및 제75조 제6호 중 ‘발행일’ 부분이, 발행일과 수취인 기재가 누락된 어음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거 보장되는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2. 어음법(1962. 1. 20 법률 제1001호로 제정되고 1995. 12. 6 법률 제5009호로 개정된 것) 제76조 제1항 전문 등의 규정내용
어음법 제76조 제1항은 제75조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지 아니한 증권은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법 제75조는 지급을 받을 자 또는 지급을 받을 자를 지시할 자(‘수취인’)의 명칭(제5호)과 발행일(제6호 전단)을 약속어음의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3. 결정이유의 요지
(1) 헌법은 제23조 제1항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하여 재산권의 보장을 선언하고, 제2문에서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여 재산권은 다른 기본권 확정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기본권 형성적 법률유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에 의거하여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지지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되고, 헌법 제23조 제1항 제1문에 의한 사적 재산권의 보장과 헌법 제23조 제2항의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을 함께 고려하여 양 법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입법해야 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서는 안된다.
(2) 채권을 증권에 화체한 어음제도는 어음법에 의하여 규율되고, 어음상의 권리의 득실·변경·행사 등 재산권인 어음상의 권리의 구체적 모습 역시 동 법에 의하여 형성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도 약속어음에 필요적으로 기재하여야 할 어음요건(제75조)과 이를 기재하지 아니한 증권은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제76조 본문)고 규정하고 있다.
(3) 입법자는 어음제도를 형성함에 있어서 어음면상에 기재할 어음요건들을 엄격하게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전과 원활한 유통을 보장하는 정당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으며, 수취인과 발행일 역시 다른 어음요건과 함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는 것은 어음관계를 명확히 하는 등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 적절하다.
(4) 거래의 안전과 원활한 유통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수취인’ 및 ‘발행일’을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행일’과 ‘수취인’을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할 것인지 또는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할 것인지의 선택에 관하여 입법자는 광범위한 판단재량권을 가지므로, 이를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선택하여 규정하더라도 그것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으로 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의 침해라고 볼 수 없다.
(5) 어음은 지급·신용·담보·추심·송금수단 등 여러 기능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어음요건을 엄격하고 명확하게 기재하도록 하여 어음 거래상의 모든 관계자가 어음상의 문면기재만 보고 거래하여도 보호되는 등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고 어음유통을 원활하게 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 이에 입법자가 입법목적에 비추어 어음관계자의 이해와 공익적 필요 등을 비교형량하고 조정하여, 위 법률조항들에서 발행일과 수취인을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함과 동시에 그 기재를 흠결하는 경우 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더라도 그것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이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6) 어음소지인이 이들 어음요건을 모두 기재하여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는 경우에는 소구권이 부인되지 아니하고, 어음요건을 흠결하고 지급제시하는 경우에도 소구권만 상실되게 할 뿐이지 원인관계에서의 채권까지 소멸시키는 것은 아닌 점 등 사유재산권이 부인되거나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위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3. 결정의 의미와 사회적 영향
지금까지 어음거래실제에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되지 아니한 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 간에 발행되어 널리 유통되어 왔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일 및 수취인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지급·결제되어 왔다. 그렇지만 수취인과 발행일의 기재가 흠결된 약속어음이 어음발행인의 자금부족 등의 사유로 일단 부도 반환된 경우에는 법률상으로 문제가 생긴다. 약속어음소지인은 만기 또는 만기에 이은 2거래일 이내에(어음법 제38조 제1항) 수취인란과 발행인란을 보충하여 완성어음으로써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만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 제시기간이 매우 짧아서 수취인 및 발행일이 흠결된 어음이 부도처리되어 반환된 경우에는 이미 이 기간을 경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설령 어음 소지인이 나중에 수취인란과 발행일란을 보충하더라도 앞에서 행한 지급제시가 소급하여 적법하게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어음소지인은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 학계 및 실무계에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을 약속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그렇지만 오늘 헌법재판소가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제75조 제5호(수취인) 및 제75조 제6호 중 ‘발행일’ 부분을 합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서, 수취인과 발행일의 기재가 누락된 어음을 배서인에게 지급제시할 경우에는 부적법한 지급제시로 되어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이 상실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