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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근무시간 자율 조정하는 선택근로 대폭 확대…모든업종 1→3개월
부제목 노동계 "장시간 근무 심화" 반발…국회 문턱 넘는 데 험로 예상
등록일 2022-12-12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 "정부도 절박함 공감ㆍ신속 추진해달라"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된 지 70년…노동시장 전면 개편 필요성 강조
    노동계 "장시간 근무 심화" 반발…국회 문턱 넘는 데 험로 예상

    전문가들로 이뤄진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이하 연구회)가 12일 정부에 권고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은 크게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으로 나뉜다.

    주 52시간제를 업종, 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으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 간 유지돼 온 노동시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눈앞에 닥친 가장 시급한 노동 과제였던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된 만큼 그 기세를 몰아 연구회 권고문을 토대로 내년 본격적인 입법 과정에 나서는 등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다만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노동계는 이러한 방안에 대해 장시간 노동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야당이 다수인 국회 협조도 필요해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연장근로 최대 연 단위…주 69시간 장시간 근로 우려도

    지난 7월 18일 출범한 연구회가 약 5개월간 논의 끝에 이날 내놓은 권고문 가운데 근로시간과 관련된 부분은 자율과 선택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요약된다.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 확대를 통해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누리도록 해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구회는 이 같은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해 노사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럴 경우 산술적으로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장시간 근로가 현실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빈번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회는 또 근로자가 근로일ㆍ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권고했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 제52조에 자세히 규정돼 있다. 1개월의 정산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4일제, 시차출퇴근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지만, 지난해 도입률은 6.2%에 불과하다.

    정부는 작년 4월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지만, 이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모든 업종의 정산기간을 3개월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휴식 보장ㆍ휴가 활성화에도 방점이 찍혔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넓힐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자고 했다.

    아울러 건강에 안 좋고 산업재해 위험을 높이는 밤 작업 근로자(야간 근로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연차휴가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다양한 휴가 문화를 확산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 직무성과급제 전환ㆍ포괄임금 오남용 방지…상생임금위 설치

    임금체계 개편 방안은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 등을 토대로 정해지는 호봉제를 직무ㆍ성과급제로 전환하자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연구회는 임금체계 자체가 없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위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연구회는 권고문에서 "정부는 직무ㆍ성과 평가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컨설팅을 확대하고 직무 평가도구를 지속해서 개발ㆍ보급해 근로자가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령 근로자 계속 고용과 청년 근로자 일자리 창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ㆍ제도를 정비하라고 제안했다.

    연구회는 특히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실근로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포괄임금 약정이 오남용돼 장시간 근로, 공짜 노동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정부가 임금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상생임금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하고,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를 위한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것도 제안했다.

    연구회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의 우선 개혁과제 외에 추가 주요 과제도 제시했다.

    추가 주요 과제는 ▲ 격차 해소를 위한 법ㆍ제도 개선 ▲ 미래지향적 노동법제 마련 ▲ 자율과 책임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ㆍ제도 개선 ▲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고용정책 강화 등 크게 네 가지다.

    추가 과제에는 파견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파업 시 사업장 점거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ㆍ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연구회는 "파견ㆍ도급의 적법성은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르고 있는데, 사안에 따라 모호한 경우가 많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향후 입법 등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업 시 사업장 점거 제한은 경영계가 강하게 요구해온 내용이다.

    ◇ 노동장관 "노사 동참 호소"…노동계는 반발

    연구회의 이날 발표 내용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 방향의 골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연금ㆍ교육 개혁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꼽는다. "독일에서 사민당이 노동 개혁을 하다가 정권을 17년 놓쳤다. 그러나 독일 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했다"고 말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1953년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큰 변화 없이 70년째 유지되고 있다. 법과 제도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어 달라진 노동시장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새 정부 출범 약 한 달만인 지난 6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공개했는데, 노동부가 주도해서 꾸린 전문가 집단인 연구회가 이번에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연구회 권고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노동시장을 위한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며 "권고문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임금과 근로시간 제도는 이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적었다.

    다만, 개혁 과제를 이루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은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 결과 노동계가 백기를 드는 방식으로 일단락됐지만, 화물연대는 물론이고 그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과 정부 사이는 더 멀어졌다.

    연구회는 앞서 예고 형식으로 권고 내용을 사전 공개했는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달 24일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도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며 "학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ㆍ강화하기 위한 노동 개악을 연구했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페이스북에서 "노사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에 기반한 자율로 신뢰를 쌓고 상생을 위한 연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노사의 동참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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